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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소식

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새 정부(*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제 20대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 김경훈 (前 청소년특별회의 교육분과장)

by Teddybear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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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새 정부 교육정책

(20대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김경훈 (청소년특별회의 교육분과장)

 

 

요약

 
당선인 측에서는 尹 교육공약의 캐치프레이즈인 '공정'에 따르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실질적 공정을 향해있는지, 혹은 교묘하게 작금의 불평등을 더 연장하고 있는지에 관한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I. 교육정책 전반
(AI교육) 현재 AI가 개별화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수법을 구사할 만큼 발달하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AI의 위치를 '학습보조자' 이상의 권위를 가진 존재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 AI 관련 과목 신·증설과 의무화는 현재 학교현장에 맞지 않아 교육과정의 균열을 더 키울 위험이 크다.

 

(자율화교육) 자율화 자체에는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허나 이러한 자율을 정책화하여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의 교육격차도 없다는 전제가 실행되어야 한다. 공약에서 제시된 선발자율화, 입시자율화, 학교설립자율화 등은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최상위층에게만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경쟁교육) 경쟁 그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도 경쟁의 방향이 '자신과의 경쟁'에 있지 않고 사회적 목적도 목표도 불분명한 '타인과의 경쟁'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시는 개인의 자원에 따라 축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형식적 학습의 정도만을 따진다는 점에서 이를 확대하는 것은 명백히 사회불평등의 연장이다.
 
→ 현행 수능의 방식 그대로 비율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방식이나 내용 면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수반해야 한다(절대평가제, 연 2회 이상 시행, 선택 완전자율화 등).
→ 또 이러한 입시제도가 실질적으로 학습자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이 입시를 따라가는 역진적인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융합과목, 고교절대평가제 등).
→ 극소수 특수학교에서만 엘리트적 특성화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 특성화 정책'을 통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 모두가 그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실질적 역량을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II. 교육조직
(교육부-과기부 통합 관련) 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정책결정과정에서 무시되지 않게끔 별도 부처를 통해 관리해왔던 것인데, 과학 부처와 교육 부처를 합치면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강조되는 미래교육에서 이른바 '이과 중심의 텍스트적 교육'이 이뤄지며 지식의 재생산을 저해, 장기적으로 학문의 융성을 막는 큰 장애물을 만들 수 있다.
 
(여가부 폐지) 학교밖청소년 관련 부처를 보건복지 소관 부처로 그대로 이동할 시에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과 지지부진한 의제통합 관련 논의가 더욱 저해될 우려가 있다. 여가부의 지원도 부족하기 턱이 없지만 그걸 고치지 않고 보건복지 부처로 합쳐버린다는 것은 졸속에 불과하다.
 
(교육과정심의회) 현재 교육과정 심의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교육과정심의회는 교육부 소속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시 국교위도 일부 심의 기능을 맡게 되며 교육과정정책 결정과정이 이원화된다. 이는 교육과정 심의 및 개정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국가교육위원회) 현행 국교위법에서는 위원의 추천이 가능한 범위를 '학생 또는 청년 2명 이상'으로 묶어두어 상대적으로 정치적 힘이 약한 학생의 국가교육정책 결정 과정 참여를 강력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교밖청소년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있어 학교 밖에서의 교육적 불평등을 막을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또 이전의 국가교육회의 시절 위원 추천 등에서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으로 인해 안팎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교육부와 과기부 통합보다는 조직 축소 및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육과정심의기능 등 실질적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국교위법 시행령 개정 등 행정적 노력을 통해 학생 몫 국가교육위원을 명시적으로 확보하고(이는 추천 가능 위원 수가 많은 정부·여당이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 학교밖청소년 참여가 가능하도록 '학생'의 범위를 넓히거나 학교밖청소년 몫 위원을 따로 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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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김경훈입니다. 경남 창원의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열여덟 'K-고딩'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열쇠말은 '공정'입니다. 이전에 비해 비교적 투명해진 정치 구조 및 미디어 환경과 소득격차·성 갈등·입시비리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맞물리며 '공정'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에 맞춰 새 정부는 교육의 캐치프레이즈를 '공정'으로 설정하여 현재사회에서의 제도적 개선에 더하여 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의 불평등을 최대한 없애겠다는 포부를 냈습니다.

 

허나 과연 이러한 캐치프레이즈에 따르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실질적 공정을 향해있는지, 혹은 교묘하게 작금의 불평등을 더 연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오가고 있으나, 그러한 과정에서 교육주체 중 하나인 우리 청소년들의 의견이 부족하여 이론적 논쟁에 그치고 무작정 정책으로 반영되어 여태까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발생했던 교육계의 혼란 상황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에 당선인 특보께서 만드신 오늘 이 자리는 그간 소외되어왔던 교육정책 수요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 정책화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오늘 저는 한 고등학생으로서, 5년간 교육 외길을 걸어온 어린 교육정책가로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의 성공적 안착을 막는 장해 요소들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해 논하고자 합니다. 발제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글의 내용이 매끄럽지 못한 데 있어 여러분께 미리 양해의 말씀을 올립니다.

 

 

I. 교육정책 전반에 관한 의견

 

첫째는 교육정책 전반에 관한 내용과 그 분석입니다. 새 정부 교육정책은 크게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는데, 'AI', '자율화', '경쟁' 이며, 이 세 가지 모두 이들 키워드가 가진 구조적 문제의 해결 방안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1. AI교육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 그리고 단일화 대상이었던 안철수 위원장께서 가장 중점적으로 제시하였던 교육정책의 기조는 'AI'로 대변되는 정보-컴퓨터 교육의 확대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중등 교육과정 내 AI 교육 의무화, 전국 대부분 대학에 AI 관련 학과 신·증설, AI 활용 학력 진단 및 AI 교수학습시스템, AI 튜터링 체계 구축입니다.

 

이러한 기조 자체는 정보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대 그리고 미래 사회의 교육을 볼 때 적절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서 현재의 교육현실과 연계가 부족한 양상을 보여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있는 상황입니다.

 

- 첫째로는 'AI 튜터링'의 기능에 대한 것입니다. AI 튜터링에 대한 개념 자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주로 사교육 시장에서 활용되어왔습니다. 그러나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 사용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이 감당 가능한 가정만 그러한 교육을 누릴 수 있어 소득에 따른 학습격차의 원인이 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새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가 AI로 설정된 것도 이러한 학습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선거 집행부의 고견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허나 그것을 공교육으로 전면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갖고 있는 문제가 상당합니다. 지금 교육의 추세는 무엇입니까? 공장식 판서형 수업이 아니라 각 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기반으로 한 개별화교육입니다. 그러나 AI는 다양한 교수법을 구사할 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반복 학습을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다는 것 이외에 큰 교육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AI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한 가지의 통로로 정리하여 사용자에게 주로 보편적 지식만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학습자 개개인의 역량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학습자에 맞는 적절한 교수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AI'절대적 수단'으로 위치하면 제공하는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둘째로는 AI와 컴퓨터공학 관련 교육의 의무화에 관한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새 정부 교육정책 관련 자료들을 보면 이런 내용들을 담은 교육은 과목 신·증설 및 의무화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금융/경제교육, 법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사회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나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들의 계발을 교육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있었습니다. 허나 이러한 교육들은 결국 과목의 신설과 기존 학교에 의무를 더하자는 결론으로 끝이 났고, 대다수가 교육계의 강한 반발을 낳으며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끝끝내 통과한 몇 가지 분야들도 제대로 된 교과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의무화라는 방법은 법적 측면에서는 아주 간단명료한 방법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각급학교는 규정된 의무교육과정과 이에 따르는 창의적 체험활동 및 범교과교육을 진행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입니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여러 가지 지식들을 계속 더하고, 덧붙이고 하다 보니 학교 교육과정이 과중화된 것입니다.

 

기존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여러 가지 과목에서 배우게 될 지식들을 습득하는 방법으로서 AI 및 컴퓨터공학이 결합되어야 하지, 그것만을 초중고 의무교육과정 과목으로 또 추가하겠다는 것은 학교현장의 일만 가중할뿐더러 그러한 의무교육과정마저도 파행에 이르고 있는 현재 학교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제대로 안착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2. 자율화교육

 

구체적인 공약을 봤을 때 주로 얘기되는 것은 고등교육의 자율화입니다. 자율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대학 발전 생태계 조성, 대학에 재정 지원 강화, 학위과정 편성 자율화 등이 구체적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중등교육 면에서는 공약집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외고·국제고·자사고 존치로 대변되는 학교 설립 및 운영의 자율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허나 앞서 말했던 AI 관련 교육정책들과 같이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그 실질적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무엇을 위한 자율인가?

구체적인 정책을 논함에 있어 이러한 것들이 과연 무엇을 향한 자유인지에 대하여 재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근 인수위원회에서는 '교육자유특구' 설치를 통한 수요자의 교육 선택권 확대를 이룩하겠다고 명문화한 바 있습니다. 이것의 내용을 보면 국내 일부 지역을 교육자유특구로 지정하여 대안학교 등의 설립 및 운영을 전폭적으로 자율에 맡기겠다는 내용입니다. 굉장히 진보적이고 또 파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허나 주요 교육 관련 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습니다. 이유인즉슨, 작금의 대안학교들을 살펴보면 진정 창의적인 교육을 펼치는 곳도 많았으나 그렇지 않은, 특권층 자제들을 대상으로 한 고학비의 일명 귀족학교 역시 많았기에 완만한 규제를 악용하여 사실상의 입시학원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외고·국제고·자사고 문제도 그러합니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 자체는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하나 문제는 이러한 교육의 수혜대상이 전체 학생의 0.5%에 불과하며 이 0.5%라는 집단 내에 들어가기 위한 기준이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국제정치 관련 역량을 기르기 위하여 만들어진 국제고등학교에 중학교 3년 동안 사회 과목을 꾸준히 1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국영수 1등급을 받고 기타 과목은 등한시한 학생이 합격 확률이 더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합격자는 주로 국영수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기 쉬운 도심 지역 고소득 계층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박정원. (2022).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 정책방향의 문제와 제안. <차기 정부 고등교육 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 자료집.

 

그 기준마저도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상기한 특수 고등학교들이 아닌 99.5%의 일반고도 그나마 그들 학교를 조금이라도 따라가게 하기 위하여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고교학점제 및 성취평가제 등 이미 그 구체적인 실행에 이루고 있는 현행 교육정책들과도 충돌하여 공약과 현행 정책 모두를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고등교육으로 가도 비슷합니다. 잠시 후 다룰 입시 정책에 대한 것은 제외하고 대학의 지원 그 자체만 놓고 논하더라도 현재 공약화된 한계대학 구조조정 유도, 우수 대학 인원 확대 지원 등은 지방대학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현재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우리 학생들에게 선택지를 고착화하는 결론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큽니다.

 

자율화 자체에는 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허나 이러한 자율을 정책화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자율성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에서 어떠한 형태의 교육격차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경쟁교육

 

경쟁 자체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은 논쟁점이 굉장히 많은 주제이기 때문에 경쟁 자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허나 예정되는 교육정책의 문제점은 경쟁 그 자체보다도 경쟁의 방향이 '자가경쟁', 즉 자신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도, 또 목표도 불분명한 '타인과의 경쟁'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른바 정시 확대로 대변되는 선별 위주의 입시관으로 구체화되었으며, 지금의 사회불평등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4당의 후보 중 정시 확대를 반대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 한 명에 불과합니다. 입시에 있어서 단 하나의 강력하고 단단한 통로를 통해 입시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공정해보일지 모르나, 그 내면에는 오히려 심각한 구조적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1. 12. 9.

 

데이터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수능 수학 ()형에서 학교 소재지별 표준점수 분포를 보면 대도시보다 읍면 지역이 가시적으로 낮고, 또 재학 여부에 따라서도 검정고시생과 재학생보다 졸업생, 즉 재수생 등의 성적이 확연히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출신 고교별로도 특목고·자사고 등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행 수능 등급이 전 과목 평균점수로 계산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것은 앞서 언급한 예로 특수고등학교들의 교육과정이 그것의 세부 전공보다는 '수능 평균 등급 올리기'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또 지역 별 격차를 합리화합니다. 작년 수능 시도별 표준점수 평균치를 보면 전라남도는 89.4점으로, 제주도의 104.2점과 크게 차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시 자체가 갖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학생의 입장과 학교의 입장에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학교의 딜레마, () 학생의 딜레마.

 

90년대에 들어 기존 학력고사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새로운 고사체계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었습니다. 학생이 다양한 교육경험을 겪으며 사회로 나가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도입된 수능은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습니까? 오히려 각 학교가 역으로 표준화되어 수능이라는 체계에 교육과정을 묶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가 우리로 하여금 형식적 학습 이외의 것에 맹목적으로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게 됩니다.

 

학생 자체로만 보면 또 어떻습니까? ‘생각하는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회의 외침과는 달리 철학과 논리학으로 대표되는 생각 그 자체의 학문은 개설조차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흔한 과목, 즉 등급 위계가 확실히 나올 수 있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립니다. 작년 수능을 보면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는 문과의 60% 가량이 응시한 반면 경제는 2%뿐이었습니다. 즉 우리는 우리가 배우고 싶은 것을 얼마나 잘 배웠느냐보다는 일단 보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시 확대가 실질적인 공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나 정시 확대는 이미 주요한 공약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정치권의 입장에서 공약 자체를 무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현행 교육정책들 및 앞으로 예정된, 또 힘 있게 추진해나갈 여러 가지 기조 정책들과의 연계를 위해서 현행 수능의 방식 그대로 비율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방식이나 내용 면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수반해야 할 것입니다(절대평가제, 2회 이상 시행, 선택 완전자율화 등). 수능이 갖고 있는 기저 문제의 해결 없이 무작정 비중만 확대하게 되었을 때, 안 그래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한국 교육이 또 얼마나 망가질지 알기 어렵습니다.

 

또 이러한 입시제도가 실질적으로 학습자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교육과정이 수능으로 대변되는 입시의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입시가 교육과정을 따라가게끔 해야 합니다(융합과목, 고교절대평가제 등).

 

이와 동시에 최근 교육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반고 특성화 정책을 통해 본래의 목적과는 한참 멀어진 자사고의 '1등급 만드는 학원'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거나 굳이 '과학, 예술, 체육, 외국어, 국제'라는 계열 내의 극소수 학생에게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 모두가 그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실질적 역량을 평가받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II. 교육 관련 정부조직에 관한 의견

 

이러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관련 정부조직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예상되는 정부 교육조직 개편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좁게는 교육과 과학기술 관련 정책 조정 기능이 합쳐진 과학기술교육부가 신설되고,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기능은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될 예정입니다. 이와 별개로 청소년정책 관련 기능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합쳐지는 보건복지가족부로 이동될 예정에 있는데, 이러한 조직 개편 역시 몇 가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1. 예상되는 정부 교육조직 개편과 그에 따른 문제

 

교육의 중요성 저해 우려

경제성장에 있어서 교육은 단기적 성과를 내는 수단이 아니기에 긴요한 지원의 대상이 아닙니다. 허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성장에 대한 교육의 공헌도는 매우 높습니다. 이는 교육이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함을 시사하며, 그렇기에 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무시되지 않게끔 별도 부처를 통해 관리해왔던 것입니다. 이에 교육과 과학 관련 부처를 합치게 되었을 때 예산이 대형 프로젝트가 주가 되는 과학 계열로 편중될 것이 우려됩니다.

 

과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역할,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시행하기 위한 각자의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강조되는 미래교육에서 이른바 '이과 중심의 텍스트적 교육'이 이뤄진다면 우리 학생들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게 되며 지식의 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적극적 역량들을 기르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에게 지식은 있는데, 그 지식의 역할을 정하지는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학문의 융성을 막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밖청소년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

현재 일 년에 학교밖청소년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5만 명입니다. 제가 얼마 전 국회에 계신 교육자들께 이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단 한 분도 대답하지 못하셨습니다.

 

현재 학교밖청소년 관련 정책은 수능 관련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가족부의 소관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의 기능 과소를 우려하여 설치 당시 청소년정책 기능 전반을 각 부처에서 떼와 옮긴 것인데, 졸속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같은 청소년임에도 교육 면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초래되었습니다. 예로 비교내신 불균형 문제, 청소년생활기록부 문제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할 수 없는 학교밖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생활기록부>가 도입되었으나, 이것의 존재를 아는 이들도 적고 잘 반영되지도 않는다. 작년 교육부에 이같은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정책제안을 했더니 이미 법에 '교과성적외의 자료 등' 으로 반영 근거가 있으니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 법적인 근거도 있고, 반영 대학도 있긴 하다. 그러나 429개 대학 중에 고작 6개뿐인 것이 답답한 현실이다.


현행 입시제도에서 학교 밖 청소년 등이 학생부 교과전형에 응시할 때는 '비교내신 환산'을 통해 내신 성적을 대체한다. 비교내신은 주로 '검정고시 성적'을 대학 자체환산표에 대입해 산출하나, 현행 대입에서는 각 대학마다 환산 체계를 자율적으로 정하여 시행하고 있어 각 단위학교마다 환산 기준에 대한 공정성/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21 청소년특별회의 교육분과 정책제안서에서 발췌.)
김경훈. (2021). 공정한 대학입시와 고등교육에 관한 청소년의 시선. <청소년이 바라는 교육대통령> 토론회 자료집.

 

이것을 보건복지 소관 부처로 그대로 이동할 시에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과 지지부진한 의제통합 관련 논의가 더욱 저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교육기능 충돌의 우려

셋째로는 교육기능 충돌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은 교육부 산하 시행령상 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기능이 과학기술교육부로 이관되고 동시에 초·중등교육 관련 전권이 국가교육위원회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 시행령 개정이 없다면 심의회가 그대로 과교부로 가게 되는데, 이러한 교육과정정책 결정에서의 이원화 구조는 교육과정 심의 및 개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자체의 문제에 관하여는 제도개선 등 수반되는 행정적 조치가 많아 아래에서 별도의 파트로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2.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조상 문제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출범이 확정되는 과정부터 부침이 많았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어 이러한 논란이 잠시 줄어들긴 했으나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법 자체의 문제가 새로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법 (법 제18298)
3(위원회의 구성) 위원은 (중략)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위원의 구체적인 자격요건 및 기준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5. 학생, 청년, 학부모, 지역 주민 등으로서 교육발전과 관련하여 해당 사회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
국회가 제3항제1호에 따라 위원을 추천하는 경우 학생 또는 청년 2명 이상, 학부모 2명 이상을 각각 포함하여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법 시행령 ()
2(위원의 자격요건 및 기준 등 (전략) 위원 중 학생, 청년, 학부모의 구체적인 자격요건 및 기준 등은 다음 각 호와 같다.
법 제3조제2항제5호의 '학생'은 임명 또는 위촉 당시에 ·중등교육법2조에 따른 학교에 재학 중인 사람을 말한다.
법 제3조제2항제5호의 '청년'은 임명 또는 위촉 당시에 청년기본법3조제1호에 따른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현행 국가교육위원회법에서는 위원을 낼 수 있는 집합의 범위가 '학생 또는 청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인원도 21명 중 2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힘이 강한 청년 몫 위원만 2명이 추천되어 학생의 구체적인 의견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학생을 '학교에 재학 중인 사람'으로 규정하여 학교밖청소년의 국가교육위원회 참여가 원천 차단되어 있는데, 시행령 개정 등 행정적 노력을 통해 학생 몫 국가교육위원을 명시적으로 확보하고 학교밖청소년 참여가 가능하도록 '학생'의 범위를 넓히거나 학교밖청소년 몫 위원을 따로 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절차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사실상 전신인 국가교육회의는 본회의와 산하 위원회를 막론하고 위원 위촉 및 회의 운영 등에서 상당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미흡하여 정치적 의사가 다분했던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 못하거나 장기적 교육과제를 선정하지 못하고 뜨뜻미지근한 정도의 공론화만을 수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새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 추천 및 회의 운영 과정에서 투명성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학생 몫 위원은 상대적으로 추천 가능한 위원 정수가 많은 대통령이 공개적인 절차를 걸쳐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교육위의 참여성을 제고하여 대의성을 확보, 방향성과 당위성만으로 구성된 담론을 넘어 철저한 근거와 논리적 예측에 기반한 전문적 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정책제안서 및 제안서와 함께 동봉한 저의 졸고를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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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당선인께서 교육의 비전을 명확하게 보여주시지 않았음은 분명히 아쉬운 점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교육정책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일종의 민원인 내지 설계사로 대해주시고, 우리들이 바라는 주체 중심 교육정책들에 관심을 갖고 특정 정치관이나 도구적 관점에 흔들리지 않는 혁신적 교육정책을 펼쳐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른 여러 세대와 협력하며 주도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세대는 우리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부여된 주권의 경중을 떠나 분명한 현재세대이기도 합니다. 즉 지금의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의 세상 모두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새 정부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진짜 공정'을 실현하여 선진교육을 훌쩍 앞당긴 멋진 정부로 남기를 고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부족한 발제를 마칩니다.

 

2022. 05. 02.

 

김 경 훈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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