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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소식

정제된 논쟁성을 기반으로 한 ‘삶을 위한 보건교육’의 구현 (김경훈, 마산가포고등학교 학생)

by Teddybear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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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보건> 교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 2022. 10. 07. (금) 한국교원대학교 교원연수관.

 

정제된 논쟁성을 기반으로 한 삶을 위한 보건교육의 구현

김경훈 (마산가포고등학교 학생)

 

 

 안녕하십니까? 경남 창원의 <K-고딩> 김경훈입니다. 반가운 공론장에 초대받음을 영광스럽게, 또 한편으로는 무겁게 생각합니다.

 

 토론을 요청받고 처음에 조금 고민했습니다. 이런 귀한 자리에 저 같은 사람이 나와도 되는 것인지, 제가 괜한 의견을 펼침으로써 교육과정 개정 작업 그리고 많은 훌륭한 분들의 고견에 방해나 차질을 주는 것은 아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며 여러 사회적 문제에 노출되고 있고, 이 시대의 보건개념을 적용받고 있고, 또 앞으로의 보건질서를 만들어갈 우리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가 그대로 인지해야만 보건교육과정의 실질적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부족함을 무릅쓰고 감히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토론 준비 기간과 제 지식의 한계로 매끄럽지 못한 내용이 있을 수 있사오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 삶과 보건의 뗄 수 없는 관계

 

우선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제 얘기를 잠깐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경상남도에서 공립 초등학교-중학교를 나왔고, 지금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세 학교 모두 아주 친절하신 보건선생님께서 상주하시는 보건실이 있었고, 여러 이유로 자주 드나들었지요.

 

 그러나 제가 보건교육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경 창의적 체험활동에 끼워져있던 17시간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그 2주당 한 시간쯤 되는 짧은 수업의 효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보건 수업을 통해서 어린 시절 단순히 받아들여 내재화하고 있었던 여러 가지 성 고정관념이나 여태까지 잘 몰랐던 응급처치 지식 등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조금 더 건강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보건교육과정 개정의 가장 큰 전환점은 바로 보건이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삶의 여러 방면에서 신체·심리·사회적으로 고수준의 삶을 누리게끔 도와준다는 것을 명시하고, 또 이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몸에 아픈 점이 없다 해서 절대적으로 나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은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보건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지는 못했고, 교육과정 분량상의 한계와 사회의 여러 인식들로 인해 그간 보건교육과정은 단순한 질병 진단과 치료의 방법을 소개하는 과정으로서 여겨져 왔습니다.

 

 이는 현재 보건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중등교육기관에서 대부분 위치가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고, 듣는 학생들도 대부분 간호·보건계열 직종 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보건은 다른 어떤 교과목들보다도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의 보건교육 경험이 가정-사회에 미칠 발전적 파급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그저 일종의 전문 내지 특수 과목으로서 취급되어 왔던 것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보건이 갖는 사회적 함의의 인정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고 정착된 보건개념을 교과 내용상에서 서론적으로라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번 2022 개정 보건교육과정 시안에서는 보건을 우리의 삶에 조금 더 친숙한 분야로 다가오게끔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보건의 범위를 기존 의학적 측면에서보다 조금 더 넓게 설정하였는데, 이러한 방향의 개정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 학교현장에서 성적 자기(sexual self)의 이해

 

 이번 보건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있어서 가장 큰 논쟁점은 아마 성부분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적 자기결정권, 성적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등이 있겠습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사회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이미 주류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관해 정말 많은 의견이 의견 소통 창구에 올라왔고, 저도 보건교육과정에 관심이 깊은 학생으로서 이 의견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런 의견들이 기존 기성세대의 사회적 인식을 재확인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또 가장 공통적으로 나오는 논쟁은 바로 섹스(sex)와 섹슈얼리티(sexuality)에 관한 것입니다. 이 두 단어는 국내에서 대부분 성으로 통용되던 것인데, 최근 들어 섹스는 성으로, 섹슈얼리티는 그냥 섹슈얼리티로 읽곤 합니다. 섹슈얼리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의 요지는 바로 섹슈얼리티가 젠더(gender) 개념을 포괄하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남성과 여성, 또 여성과 남성 이외에 또 다른 성을 인정하도록 조장하고 방조하며 기존의 섹스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논지였습니다.

 

 섹스는 생물학적 성 내지 성관계에 관한 부분이고 젠더는 조금 더 광의의 개념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만 살펴보았을 때 이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비약적입니다. 얼마 전 성심리에 관한 지식들을 살펴보던 중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섹스는 우리가 하는 것이고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누구냐에 관한 것이다'(Sex is what we do and Sexuality is who we are)라는 문구(* Spinal Cord Injury BC, 2019)였습니다. 섹슈얼리티가 다루어진다고 해서 기존에 정립된 섹스의 개념까지 심히 달라지거나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고, 또 그러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은 기본적으로 구분과 번식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기능에 묶여 있는 개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성을 단순히 충동적이고 번식에만 국한된 개념으로 보는 것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섹슈얼리티 개념이죠. 섹슈얼리티는 그래서 단순히 우리가 심리적으로 내재화한 자신의 성적 이미지인 젠더만을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라, , 즉 기존의 섹스에 관련한 사회적인 관습이나 제도 그리고 성을 다룸에 있어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행동 양태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성을 단순히 번식과 쾌락을 위한 이용 대상으로써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류의 한 가지 사회문화적 특성으로서 인지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이해하고자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섹슈얼리티,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용어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미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15개정의 교과 내용이나 지금의 시안이나 이것에 관한 옮음과 그름을 따지며 특정 가치관을 옹호하는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불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 도와주는 정도로, 내용상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섹슈얼리티는 성 인지적 관점에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없이 생물학적 차이사회·문화적 경험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57p)

자신의 성과 관련된 결정을 하는 것은 한 개인의 자아 정체성과 더불어 사회적 상호 인정과 존중의 규칙이 적용된다. (중략) 자신의 성 행동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심리적인 성숙과 또래의 압력이나 분위기가 아닌 주체적인 결정과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성적 자기 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61p)
2015 개정 교육과정 <보건> (YBM)

성적 재생산권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성적 재생산권은 낙태만 포함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자기의 몸을 만들고 가꾸고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본인의 주체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지, 이것을 낙태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소수자 언급 문제 역시도 같습니다. 일각에서 사회적 소수자라는 용어를 다룸으로써 성소수자의 발생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은 비약입니다.

 

보건교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자에게 특정 성적 지향을 강조 또는 권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이 보편적인 건강을 제공받고 또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보건적 지원이 필요한 소외된 계층을 사회적 소수자라고 표현한 것이지, 이것이 곧 성적 소수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자의적인 정의가 아니라,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권위 있는 표준 기구들이 인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미국·호주·핀란드 등에서는 이러한 개념과 함께 교육과정상에서 성적 협상(sexual negotiation)등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현재, 성을 조금 더 넓고 친숙하게 바라보며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성과 관련한 사회적 작용의 전개, 그것이 초래하는 여러 결과들을 더욱 더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는 우리 학생들의 입장에서 갖가지 개념들은 반드시 교과를 통해 명확히 다루어져야 할 부분인 것입니다.

 

 

3. 교과서 본위의 사회적 기능은 정제된 논쟁성의 공유

 

 극단으로 치달으며 여러 가지 정제되지 않은 주장이 마구 튀어나오는 지금 사회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를 시민으로서 경험하고 있고 또 이다음 시대를 만들어갈 지금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근래 들어 이전까지 금기시되어왔던 주장들이 보편적 인권의 기치 하에 양지로 나오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성적인 권리에 대한 인식을 대폭 전환하자는 얘기가 최근에 나온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으나, 이러한 변화의 기조가 항상 논리적이고 옳기만 하다고 할 수도 없겠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식이 일명 이상야릇한 길을 걷지 않게 하고자 걱정하시는 학부모님들과 이런 변화 일체를 거부하는 일부 집단이 이러한 사회 변화를 막기 위해 강하게 충돌하기도 합니다.

 

 즉 이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학교 현장으로 들어오게 되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한쪽의 논리에만 노출되어 그 논리를 무분별하게 옳다고 믿으며 자신의 심리적 성과 성적 지향(예를 들어, ‘나는 동성애자야/이성애자야.)을 너무 이른 시기에 결정하게 되거나 너무 늦은 시기까지 결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때론 본인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거부하는 상황, 그리고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초래되는 이차적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갖가지로 갈린 인식들이 학교 안으로 여실히 투영되고 있는 것이지요.

 

 걱정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저 역시도 여태껏 살아온 제 삶과 아주 다른 삶을 동시기에 겪어오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놀라움과 걱정스러움이 종종 듭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이른바 잘못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고, 안정적이고 익숙한 지식 위주의 구성을 추구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잘못’(그게 무엇이건 간에)이 정말 잘못된 것인지, 만일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수정해갈 것인지, 잘못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신감을 갖고 현재와 미래의 삶을 이어갈 것인지 등은 결국 본인이 깨닫는 수밖에 없고,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의 학습 역시도 그렇습니다.

 

저는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보며 이런 생각이 탁 들었습니다. ‘, 정제된 논쟁성을 학교 안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것이구나어쨌건 사회에서는 논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논쟁의 논리가 극단주의로 차있고, 논쟁의 전개가 극단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에 의해서만 된다면, 혹은 정반대로 피상적이고 정적인 방향으로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궁극적으로 둘 다 별 건설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분열만 야기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따라서 장래에 안정적인 건강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저 전통적인 모습과 가치관을 무작정 장려하거나 완전히 새롭고 불안정한 지식으로 기존의 모습을 다 교체해버리는 것 모두가 옳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사회적 정--합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정제된 논쟁의 모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과 직결된 보건이고, 고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지는 교과서가 가장 큰 매개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의 방향과 정도는 우리들이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결정하는 것이고, 그런 결정을 촉진하는 역할로서 교육과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4. 보건교과다운 보건교과를 위한 제도적 장치

 

 학습의 결과는 틀이 되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교수자의 역할과 교수 방식에 따라서도 매우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나 보건교육과정을 교수할 보건교사들의 처우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육과정 이외의 얘기를 거의 다루지 않으려고 했으나, 보건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교육과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앞서 언급했던 인식의 문제보건교사들이 보건교육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의 문제임을 알기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보건선생님들의 일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보건수업을 하고, 학교의 질병 위험 환경을 시찰하고,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학교 내외의 여러 보건 관련 시설물이나 장치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업무에 더해 흡연예방, 미세먼지 관리, 정수기, 저수조, 공기청정기 관리 등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보건교사 교체와 채용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국가가 학교보건 진흥을 권장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교사들이 너무나도 힘든 업무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휴직 또는 사직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비교과교사라는 이유로 법률상 규정된 일 이외에도 이런 일, 저런 일을 떠맡다가 범유행 질병 상황까지 닥치면서 보건도우미 채용이나 관리, 갖가지 보건수칙 준수 계도,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리 등 업무가 대폭 늘어난 것입니다. 지역마다 세부적인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야근도 일상화되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수업까지 맡기에는 몸이 버티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에 제대로 된 보건교과 운영을 위해서 아래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이 수반되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1. 전폭적인 1학교 2보건교사제 운영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미 하고 있는 학교도 있지만, 교사가 2명이 되었을 때 업무가 2.5배가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순환으로 한 분은 보건실 상주, 다른 한 분은 수업을 하시는 식 등으로 실질적인 2교사제가 필요하며, 더하여 2교사 배치 기준의 완화가 필요합니다.

2. 보건교사 배치율 100%를 달성해야 합니다. 소규모 학교, 농산어촌 학교의 보건인력 부족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해당 유형의 학교는 근처에 병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응급상황 발생 시 일차적인 처치나 병원 이송이 어려워 아이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3. 과중한 행정업무를 경감하고 보건교사가 학교보건과 보건교육 업무에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조율해줄 보건교사 출신 행정직(장학사, 장학관)의 적극적 충원이 필요합니다.

4. 그 무엇보다 앞서, 필수화(초등) 및 일반교과화(중등) 등 제도적 차원에서 보건교과 그 자체의 위상 제고가 필요합니다. 보건교과가 다루는 지식은 단순히 교양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치며

 

얼마 전 <논어>를 보던 중 흥미로운 구절을 하나 찾았습니다.

 

많이 들은 중에서 좋은 것을 택하여 좇고, 많이 본 중에서 골라 기억한다. 이것이 곧 슬기니라.” (~ 多聞擇其善者而從之, 多見而識之, 知之次也: 27-01)

 

 좋은 것을 택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합니다. 또 골라 기억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이 보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가치판단으로만 가득 찬 교육은 그러한 판단의 옹호자를 양성할 수 있겠지만, 전인적 성장은 오히려 방해할 뿐입니다. 많이 들려주고 많이 보여주는 것이 곧 균형적이고 슬기로운 사람을 키우는 방법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학교교육을 통한 이들이 이 사회를 부정하지 않고 바꿀 수 있을그때를 고대합니다.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며 같은 길 위의 여정에 큰 힘을 더해주신 보건교육포럼의 우옥영 이사장님, 그리고 다른 이의 건강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오시고 올해 행복한 인연이 된 마산가포고의 안혜원 선생님께 특별한 감사를 전하며, 보건교육 정상화를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저의 졸고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 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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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mens, E. S. (2016). 정치사회학. (원제: What is Political Sociology?). Polity Press Ltd Cambridge.

김영임 외 2. (2019). 지역사회간호학 (2).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박승배. (2019). 교육과정학의 이해 (2). 학지사.

성민선 외 21. (2009). 학교사회복지의 이론과 실제 (2). 학지사.

김상욱 외 2. (2004). 학교보건사업의 역사적 고찰을 통한 정책 방향에 관한 연구. 한국학교보건학회지vol.17, no.2.

김재춘 외. (2008). 보건 과목 신설을 위한 총론 및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교육과학기술부.

소은영. (2019). 헌법상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에 관한 재검토. 이화젠더법학vol.11, no.3.

정유석·유선미. (2003). 가정의와 학교보건. 가정의학회지vol.24,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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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법> (법률 제18640) 및 동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 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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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ual Self-Image”. Spinal Cord Injury BC, 2019: scisexualhealth.ca/sexual-self-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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