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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모음/지혜가 함께하는 고전 산책

1. 밑바닥이 고르지 않은 담은,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유향 「설원」)

by Teddybear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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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고 두터운 담이 밑바닥이 고르지 않더라도 반드시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땅바닥에 일렁이는 물이 닿으면 반드시 먼저 무너진다.

 

 나무의 뿌리가 깊이 뻗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쓰러지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오리바람이 일어나고 폭우가 쏟아지면 반드시 먼저 뽑혀버린다.

 

 군자가 어느 나라에 살면서 인의를 숭상하지 않고 어진 신하를 존경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멸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비당한 변고가 발생하여 수레와 사람이 우왕좌왕 내달려 갑자기 화가 닥치면, 그제야 목구멍이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면서 행여 하늘이 구원해주기를 바란들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공자는 “처음에 삼가지 않고 뒤에 뉘우치면, 뉘우쳐도 미치지 못한다.” 하셨고, 《시경》에는 “눈물을 삼키며 울더라도 어찌 미치리오!” 하였도다. 이는 먼저 근본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끝에 가서 근심을 이루게 됨을 말한 것이다.

 

- 유향, 「설원」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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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豐牆墝下, 未必崩也, 流{行}潦至, 壞必先矣.
樹本淺根核不深 未必撅也, 飄風起, 暴雨至, 拔必先矣.
君子居於是國 不崇仁義, 不尊賢臣 未必亡也, 然一旦有非常之變 車馳人走 指而禍至, 乃始乾喉燋脣 仰天而歎 庶幾焉天其救之 不亦難乎.
孔子曰 "不愼其前而悔其後, 雖悔無及矣.", 詩曰 啜其泣矣 何嗟及矣, 言不先正本, 而成憂於末也.

 

 책 및 저자 소개

저자 유향 (劉向, B.C. 77~B.C. 6) 설원의 당 초본. / 촬영 : 위키백과 猫猫的日记本

(전통문화연구회 <설원1> 소개 참고)

 

「설원(說苑)」의 저자 유향(劉向, B.C. 77~B.C. 6)은 서한(西漢)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경학(經學), 문학(文學), 그리고 목록학(目錄學)에 걸쳐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이 책에는 중국 고대(古代)로부터 시작하여 유향이 살던 한(漢)나라 때까지의 갖가지 교훈적 일화(逸話)와 명언(名言), 경구(警句) 등이 망라되어 있으며, 이를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문답과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구성함으로써 유가(儒家)의 통치이념과 윤리도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물론이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히고 국가적으로 여러 차례 간행되기도 하였다.

 

 특히 이 책은 정치 일선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이 책에 실린 일화와 명언, 경구들이 왕의 입장에서는 신하들에게 교시(敎示)를 내리거나, 신하의 입장에서는 왕에게 간언(諫言)을 올리는 데 적절한 자료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설원≫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도 ‘통치자 자신의 수신(修身)이 정치적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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