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가와 교육

(4) 평가와 교육

 

‘평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일반화된 개념을 구체화하자니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식당을 평가할 때에는 무엇을 하는가? 일단 먹어보고, 별점을 매기고, 사진도 한 장 찍어보고, 이건 어떻네 저건 어떻네 하며 주위 사람들과 그 식당의 질에 대해 논한다.

 

교육에 있어서의 평가, 즉 교육평가는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시험’을 얘기한다. 학교에서의 평가를 통해 학생부가 결정되고, 수능의 결과를 갖고 대학입시를 치른다. 시험을 통해 등수와 등급을 매기고 그것을 사회 진출을 위한 척도로 활용한다. 즉 지금까지의 (학교현장에서) 교육평가는 대부분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의되어왔다. 글에 앞서 나는 지금 학생이기에 이러한 방식의 평가가 썩 당기지는 않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나 과연 교육평가의 역할은 단순한 분류에 그치는가? 혹은, 교육평가는 마치 공장에서 특정한 기준에 따라 기계에 적합, 부적합이라는 각인을 새기듯이 단순하고 신속한 과정인가? 에 관한 의문이 최근 들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평가의 기본적 목적과 영향을 중심으로 교육평가의 과정을 서술하며 평가의 기능과 한계에 대해 알아본다.

 

 

I. 교육평가의 정의와 목적

 

어원을 보았을 때 ‘평가하다’ 라는 뜻의 영단어 evaluate는 ‘밖으로~’ 라는 뜻의 ex와 ‘가치, 값어치’라는 뜻의 value가 합쳐진 것으로,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가치매김’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교육평가’ 했을 때 시험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교육평가가 이 ‘가치매김’의 의미로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교육학적인 측면에서의 교육평가는 20세기 초 그 개념이 등장해 지금까지 다양하게 재정의되어왔고, 그 정의의 범위는 시대가 지날수록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교육학자 Tyler(1942)는 교육평가를 ‘본질적으로 교육과정 및 수업 프로그램에 의하여 교육목표가 실제로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를 밝히는 과정’ 으로 정의했다. 즉 의도하는 교육목표는 모든 학습자가 적절한 교수·학습방법이 제시된 상태에서 달성할 수 있으며, 평가는 목표의 실현을 위한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교육평가를 통한 가치매김의 대상이 ‘학생’이 아닌 ‘교육과정 및 수업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이후 교육평가가 목적실현(선발 등)을 위한 행동에만 그치지 않음이 지적되며 그 정의가 넓어졌다. 여러 학자를 거쳐 최근 권대훈(2016)은 교육평가에 관해 좁은 의미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혹은 상태에 관해 질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평가대상(프로그램, 조직, 수업, 프로젝트, 교육과정 등)의 가치, 질, 효과, 유용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교육평가는 크게 ‘설정-표시-평가-해석 및 활용’의 4단계로 나뉘는데, 각 용어에서 정의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붙이지 않겠다.

 

 

II. 평가의 방식

 

교육평가의 방법에는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의 2가지가 있다. 양적 평가는 측정과 계량에 기반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고, 질적 평가는 면접, 설문 등을 통해 평가자의 주관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양적 평가만을 활용했을 때는 평가 대상자를 심층적으로 조망하기 어렵고, 질적 평가만을 활용했을 때는 평가자의 주관으로 인해 평가가 오염될 수 있으므로 평가 시 두 가지 평가 방법을 적절히 녹여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평가의 방식은 대개 ‘규준참조평가’와 ‘준거참조평가’로 나뉜다. (이는 형성평가, 진단평가 등 평가의 ‘종류’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규준참조평가는 표준(평균)에 비교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기능을 한 학습자의 능력을 다른 학습자의 능력과 비교하여 그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흔히 상대평가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준거참조평가는 절대적 진행 상황에 비교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상대적 비교보다는 개개의 학생들이 준거를 달성했는지의 여부에 관심을 가진다. 이 방식은 주로 교육 프로그램의 적합성이나 효과성을 따질 때 사용되며, 우리가 흔히 절대평가라고 부른다.

 

규준참조평가(상대평가)는 교육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선발적 교육관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현상은 정상분포(평균 정도의 수준에 가장 많은 사례가 분포하고 있다는 가정)가 나타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규준참조평가에서의 ‘좋은 문항’이란 개인차가 극대화되어 변별이 용이한 문항이며, 만약 거의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맞힌 문항이 있다면 이 문항은 학습자들의 능력 수준을 제대로 변별할 수 없는 문항으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준거참조평가(절대평가)는 교육이 성공적이라면 모든 학습자가 완전히 학습할 수 있다고 보는 발달적 교육관의 입장을 취한다. 이에 준거참조평가는 교육목표와 부합하는 적정 수준의 문항을 좋은 문항으로 보며, 검사 점수의 부적 편포 (점수의 분포가 상위권에 몰려있고 하위권은 소수인 양상) 를 가정·기대한다. 이는 곧 교육을 통한 학습자의 발달이 목표한 과제를 대부분 성공적으로 달성하게끔 이끌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평가법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규준참조평가는 집단 내 비교를 강조하며 경쟁을 중요시하기에 학습자로 하여금 외적 동기를 유발하나, 교육목표 등 구체적 준거의 달성 정도를 따지기는 어렵다. 또 평가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한편 준거참조평가는 경쟁보다 학습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학습자의 내적 동기와 더 높은 학습 욕구를 추구하는데, 이는 개인 간 능력의 변별을 확인하기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평가자는 평가의 목적과 목표를 정확히 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평가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III. 평가의 영향

 

Tyler의 평가관(1942)에 의하면 교육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변화, 발달,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인간의 행동 특성은 내외의 요인에 의해서 항상 변화하고, 평가관은 이러한 ‘변화’를 검사하려는 것이다. ‘변화’란 단순히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변화가 아니라 설정된 교육목표에 따라 구체적인 수단을 통해 나타나는 의도된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교육실제가 영향을 받는 것 일체를 평가의 교육조형 기능이라고 하는데, 단일 학습자를 넘어 상기한 평가대상(프로그램, 조직, 수업, 프로젝트, 교육과정 등) 전반의 가치, 질, 효과, 유용성 등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이상적 조형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 한국교육의 경우 조형기능 과잉으로 인해 평가의 기능이 전술한 형태의 내적 발전보다 책무성의 추궁, 경쟁 유발, 상벌의 근거 정형화 등 외적 발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 교육평가의 형태가 단편화·고착화되고 평가의 사회적 중요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짐으로써 학습자 개개인이 평가 자체에 피로와 거부감을 느끼거나 평가자가 역으로 교육목적을 평가에 맞춰 설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학습자의 발전을 추구하는 교육평가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더 방치할 경우 차후 국가혁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에 대한 평가’인 메타평가(meta-evaluation)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의 교육자 Orata(1940)는 평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평가 활동 전반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재평가해야 함을 주장하며 ‘평가에 대한 평가’의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를 영국의 학자 Scriven(1969)이 ‘메타평가’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메타평가는 실현성-실용성-적합성-정확성의 4개 기준(Joint Committee)과 평가환경-투입-수행-활용의 4개 영역(김병철)에서 판단된다. 각각의 조합은 이미 교육정책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실시되고 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과 사회적 혼란 우려 등으로 인해 이러한 각각의 메타평가 조합들을 모두 망라하는 체계적 절차가 안정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고, 이는 현행 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분석 및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사회는 교육평가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육평가 간의 관계가 주객전도식으로 꼬여버린 지금의 상태를 해소하여 평가제도 수립·실행 과정 일체의 목적을 ‘학습자의 발전’으로 환원해야 한다. 또 평가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국가 수준의 일관된 기준으로 현재의 제도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맞는 메타평가 처방을 통해 평가유형을 다양화함으로써 학습자가 갖고 있는 능력과 능력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관찰·측정할 수 있는 ‘상호적 평가’로의 궁극적 혁신을 기할 필요가 있다.

 

 

2022. 01. 21. / 2022. 04. 06. 더하여 완성함.

Ted

 

- 참고 문헌

1. 교육평가의 기초와 이해. (2020). 홍세희 외 5인.

2. 교육철학 I. (2013). R. Bailey, R. Barrow, D. Carr, C. McCarthy. (원제: The SAGE Handbook of Philosophy of Education).

3. 교육철학 II. (2013). R. Bailey, R. Barrow, D. Carr, C. McCarthy. (원제: The SAGE Handbook of Philosophy of Education).

4. 교육과정학의 이해. (2019). 박승배.

5. 교육평가의 기초. (2009). 성태제.

 

* 당 글을 복제, 인용, 변형하시는 경우 반드시 출처(저작자와 링크)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