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교육과 심리발달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을 하나 해 보도록 하자. 우리는 거의 모두가 학교에 가고 있거나 갔던 경험이 있다. 또한 ‘학교에 처음 간 당신’과 지금의 당신을 세워두고 다른 점을 찾으라 하면 정말 많을 것이다. 가장 크게는 당신이 ‘사회적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며 비교적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학교 문턱을 나왔다면 그 변화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처음 간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의 성장 배경은 누가 그렸으며 무엇이 당신의 성장에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 그저 많이 안다면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나는 것일까? 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잘 자랄까? 아이의 행동은 무엇의 영향을 받았을까?
정범모 교수는 교육을 ‘인간행동의 계획적 변화’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행동’은 먹고, 자고, 쓰고, 움직이는 등의 외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지식, 사고, 자아, 사상 등 내재적인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교육은 내 안팎으로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게 하며 부적응적인 행동을 적응적인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아동은 교육, 특히 학교교육을 통해 장차 소속될 사회적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다면 한 인간의 행동체계가 마치 로봇같이 0에서부터 새로 일반화되어 교정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인간행동은 여러 사회적 영향을 받기에 변화할 수도,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자와 교육 그 자체에 있어서 인간행동의 변화에 대한 신념은 숙명이다. 이 글에서는 인간 변화의 과정을 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정의적 측면, 그 안에서도 각종 특성의 단계별 습득 과정에서 접근하였으며 학습자인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발달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정리했다.
I. 정의적 특성의 이해
우리가 흔히 교육과 발달을 논할 때 지적 특성에서의 발달, 즉 ‘어떻게 똑똑해지는가’ 를 주로 얘기한다. 정의적 특성이라는 용어는 지적 특성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므로 의미에 대해 먼저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정의적 특성은 1954년 교육학자 벤저민 블룸(B. S. Bloom)이 생물학의 분류를 교육학에 적용해 학교교육 목표를 3개 분류로 나누면서 등장한 용어다. 그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인지적 영역, 정의적 영역, 심동적 영역으로 나누었고, 그 가운데 정의적 영역은 흥미, 태도, 가치 등의 변화 및 판단력과 적응력의 발달과 관련된 교육의 영역으로 정의되었다.
정의적 특성은 일부 타고난 특성을 제외하고는 후천적으로 획득·발달한다. 후천적인 것은 물론이요 타고난 특성도 삶에서의 다양한 상호 작용에 따라 여러 다른 양상으로 발달한다. 즉 똑같은 상태에서 태어나서 같은 학문을 배운다 해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듣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저 교과서를 읽고 쓰는 것이 학교를 통한 인간 계발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성교육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는 곧 우리가 흔히 ‘공부’라 부르는 지적 특성, 나아가 인간의 성공과 성취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아동이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적절히 필요한 요소는 보통 크게 ‘성취동기, 불안, 자아개념, 자기통제’의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이들 요소는 모두 심리발달 과정에서 발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특히 현대에 들어 정의적 영역 성장에서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단편 지식의 암기 위주의 교육,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 과도한 학습량과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학습부담 증가, 국제 평가에서 높은 시험 성적에도 불구하고 교과에 대한 흥미도나 자신감 등 정의적 영역의 지표가 낮다는 문제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즉 아이들이 ‘배우기만 하고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의 (1)번과 (2)번 글에서 설명한 교육의 각종 변화 양상에서 정의적 측면이 크게 고려되지 못했던 것이 곪아서 터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교육이 대학입시나 취업 등 여러 사회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귀결되었음의 영향이 크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크게 의식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과제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역량 신장’과 함께 ‘행복한 학습 구현을 위한 학습경험의 질 개선’인데,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양보다는 질적인 면, 아동 중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의적인 면에서 더욱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잘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아이들은 각 시기별로 어떤 정의적 특성을 배우고 자라날까? 얕은 지식이지만 II에서 그것을 담아보았다.
II. 발달의 과정과 교육의 역할
I에서 설명했듯이 정의적 특성의 대부분은 후천적 습득을 통해 저장된다. 에릭슨(E. H. Erikson)은 1950년 자신의 연구에서 아동의 발달과정을 8단계로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아동이 어떤 심리사회학적 특성을 습득하느냐에 따른 발달과정의 양상을 정리했는데, 이 글에서는 그의 단계론을 바탕으로 나의 의견을 덧붙여 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습득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기에 앞서 발달(특성의 습득)은 기초성·적기성·누적성·불가역성의 네 가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어릴 때의 경험일수록 이후의 발달과정에서 기반이 되며(기초성), 각 발달과업에는 성취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고(적기성), 발달에서 긍정은 더 큰 긍정이 되고 부정은 더 큰 부정으로 발전하며(누적성), 어느 시기에서 필요한 발달과업을 놓쳤을 때 이후에 아무리 보충해도 결함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불가역성).
또한 아동이 심리적으로 발달하는 전 과정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는 부모 또는 부모의 역할을 하는 존재와의 사회작용과 또래 집단 내에서의 의사소통이다. 이들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 영·유아기 (0~7세) : 신뢰, 자율, 주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첫 번째 기억을 얘기해보라고 한다면 보통 3~4세 전후의 기억을 얘기한다. 그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희미하거나 잘 기억나지 않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첫 기억 이전에 아무런 일이 없었거나 그 기간의 경험이 지금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한, 영아 단계 이후 초기적인 대인관계를 구성하고 사회적 집단을 경험하는 5~7세는 사회화 단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기초적 발달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가 한 인간의 평생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발달과정에 있어 영·유아기의 경험은 기초적 감정과 사고를 학습시킨다는 점에서 이후의 단계에 있는 발달과업들의 수행에 있어 매우 큰 기반이 되는데, 이 시기에서 부모, 교사를 비롯한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관심과 일관된 사랑을 받고 얼마나 많은 칭찬과 신뢰를 받느냐에 따라 세상과의 일체감이 형성되느냐 마느냐가 갈린다. 영아기의 기본적 신뢰감은 유아기를 거치며 자율성과 주도성으로 발전하고, 영아기의 불신감은 수치심과 회의감, 죄책감으로 발전하며 앞으로의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피아제(J. Piaget)의 인지발달단계에 따르면 영·유아기의 행동은 비의도적인 것에서 의도적인 것으로 발달하며 급격하게 지적으로 발달하고 생활 전체에서 도전적인 충동을 느끼는데, 이 과정에서 아동이 목표를 가질 수 없게 하거나 자율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면 이후 시기에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없게 된다. 엄격한 배변훈련이나 사소한 실수에 대해 꾸중하는 것, 아이의 행동을 답답해하며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수치심과 자기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끔 한다. 반대로 과도한 자유는 사회적 행동 학습을 저해하므로 적절하게 감독(통제)의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시기의 교육기관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과통제 없이 세상과 아이를 적절한 도움을 통해 연결시켜주고 할 수 있는 범위의 활동을 도전하게 유도해야 한다. 또한, 아이의 부족한 행동에 대해서는 범위 내에서 적당하게 감독·제재하나 가능한 한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아이의 시도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항시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 초기 청소년기 (8~11세) : 유능성
본격적으로 학교에 들어가 정형화된 수업을 받고 구별된 사제관계에 적응하는 시기인 초기 청소년기의 아이는 가정 등 좁은 범위의 집단에서 벗어나 더 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학교를 통해 인지적·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지적인 호기심과 성취동기를 찾고 지속적으로 계발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삶의 미덕으로 강조하는 근면성이 이 시기에 발달하는데, 이는 성취기회와 성취과업에 대한 인정과 격려의 결과인 ‘성취감’에서 비롯된다. 과통제로 인해 경험이 많지 않거나 실패경험이 많다면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각각의 아이마다 서로 다른 과제수행력을 갖고 있으므로 성패가 확실히 나뉘어 많은 학생이 실패경험을 갖게 되는 일괄적인 측정과 평가보다는 각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자발적인 삶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각 개인이 어느 정도 도전할 수 있을 만한 과제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중기 청소년기 (12~18세) : 자아정체감의 성취
우리가 흔히 사춘기라고 부르는 중기 청소년기에는 신체·인지·정서적으로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난다. 신체가 급성장하고 2차 성징을 비롯해 여러 외양 변화가 일어나지만, 정신적 조절능력이 이에 못 미침에 따라 여러 충동, 혼란과 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여태껏 겪지 못했던 성적 충동이 발생하며 많은 내적 혼란을 겪게 된다. 중기 청소년기의 가장 큰 가치인 ‘자아정체감’은 자신에게 발생한 이러한 문제들을 자아의 성찰과 주관적 자아상을 찾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가며 발달한다. 이는 이제 부모에서 독립하여 하나의 독립적 개체인 성인으로 가는 발달적 과제와 관련되어 있는데, 자아정체감이 잘 형성되지 못하면 이후 역할 혼미 상태에 빠져 건강한 성인기를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
더욱 구체적으로 자아정체감은 ‘신체적 안정감, 자신의 방향 인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확립되는데, 이중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방황에 빠져 직업선택과 성역할의 수행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남은 인생에 많은 갈등을 유발한다. 자아정체감은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인지했을 때 비로소 성취된다.
마샤(J. Marcia, 1966, 2012.)는 아직 성취에 도달하지 못 한 청소년들에 대해서 정리했는데, 정체감 성취 이외에도 유실, 혼미, 유예의 상태가 그것이다. 노력 없이 성급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채택하면 ‘정체감 유실’ 상태에 빠진다. 수동적인 삶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정체감 혼미’ 상태가 되고, 이렇게 정체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혼란과 겁에 빠지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유예하기도 한다. 정체감 유실, 혼미, 유예의 상태에서 그대로 성인사회에 진출하였을 때는 위에서 말한 여러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
자아정체감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춘기를 부정적이거나 유별난 것으로 인식하고 경계해서는 안 된다. 중기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공격성·반항성·우울감을 정상적인 발달과업으로 인지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이전 시기의 발달과업을 정상적으로 성취하지 못 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지지와 관심을 통해 성취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독립심이 발달하여 단일체로서의 독립을 주장하지만 동시에 안정과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교사가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조언을 표현해야 한다.
교육과정적으로는 ‘자기탐색기회의 보장’이 중요하다. 입시를 과도하게 강조하여 폐쇄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체적이고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고 어떤 활동에 전념하게 하며 ‘자신의 일관적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하여 자아의식에 주관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탐색기회의 제공과 고민을 나눌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자아의식을 분명하게 다질 경험을 주는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하며, 직업적인 개념에서의 진로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인 진로에 대해서도 사례 제시나 상담 등을 통해 많이 제언해줄 필요가 있다.
- 후기 청소년기 (19~24세) : 친밀과 고립
이 시기에서는 신체적·정신적인 발달의 주요 지점을 모두 통과하고 성인기에 진입한다.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써 법적·사회적·개인적으로 인정받고 대학이나 취업 같은 사회생활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의무와 허가로 구분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와 책임이라는 더욱 고차원적인 주제를 갖고 삶을 영위하게 된다.
후기 청소년기에는 성인으로서 겪을 여러 위기(문제)들이 개인에게 닥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발달과업의 완수에 영향을 미친다. 헌신, 즉 이타주의적인 사고가 위기 해결의 기초가 되는데, 이전 단계에서 이러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자각하지 못 할 경우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자유로운 사랑이 불가능하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과는 경쟁적·투쟁적인 관계가 되어 쌍방이 피곤해지게 된다. 허나 적절한 주체적 의식과 이타심을 통해 위기해결에 성공한다면 다른 성인과의 관계에서 희생이나 타협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학교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집단에 잘 녹아들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 이 시기에는 진로환경에 대한 심층적 탐구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환경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해보게 하며 여러 환경들에 부딪혀본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체가 될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계획하고 자신의 독립성을 인지하게끔 하는 것이 좋다.
- 성년기 (25세~) : 생산성, 자아의 정착, 자아통합
이때까지의 발달이 모두 응축되며 자아정체감이 삶의 기반으로 작용하게 되는 성년기부터는 독립된 개체로서 결혼이나 양육, 직업 등 생산적 노동에 종사하게 된다. 이 시기에 가장 활성화되는 능력은 생산성과 (정형적인) 창의성으로,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 분야에 정착하게 된다. 이 시기부터 타인에 대한 시선, 특히 차세대의 지도에 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이전 시기를 잘 거쳐 자아정체감이 긍정적으로 형성된 성인(생산적 성인)은 이타심을 기반으로 더 나은 사회와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 안정된 사회를 추구하고, 자유와 인간 존중의 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성인은 자신에게만 몰두하며 사회적·발달적으로 침체되어 사회나 주위의 관계에 아무 것도 기여하지 못한다.
중장년기에 진입하면 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통합기로 도달한다. 자아통합은 지금껏 자신의 삶에 후회가 없으며 열심히 살았고 가치 있었다고 생각하는 특성인데, 긍정적 발전을 통해 이러한 특성을 갖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으며 유한성을 인정하고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초연한 자세를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길이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후회하고 적기성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III. 요약과 결론
한 인간이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는 과정, 특히 나머지 시기의 삶의 기반이 되는 아동·청소년기의 삶에서 교육의 영향은 매우 크다. 이는 한 가지 요소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교사나 친구 등과의 인간적 관계, 학교라는 공간, 교육과정 등 거의 모든 것들로부터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즉, 교육받는 학생으로서의 인간이 갖는 교육적 경험은 개인의 사회심리적 발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선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맞는 정의적 특성을 잘 습득할 수 있도록 발달단계에 따른 각 시기의 발달과업들을 잘 숙지하고 환경을 체계적으로 계획·제공해주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학교라는 공간은 교사와 학생이 적절한 환경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를 자유롭게 만들며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각 시기별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운영되어야 한다.
유치원기에는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과제를 주는 것을 통해 아동의 주도성이 발달하도록 촉진해야 한다. 과통제는 아이로 하여금 위축되게 하고 죄책감을 만드므로 지나친 간섭은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인정·포용하고, 필요하다면 범위 내에서 적절한 감독과 제재를 통해 아이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발달하게 도와야 한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근면성(능률)이 발달하도록 촉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공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긍정적인 발전이 가능해진다. 과제수행력은 학생의 역량이나 개인이 갖고 있는 기능마다 크게 다르므로 성공하지 못한 많은 학생이 실패경험을 얻게 될 일률적인 과제보다는 각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과제 수행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효능감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은 도전적인 과제를 주어야 한다.
중·고등학교는 폐쇄된 사회체계(가정)와 개방된 사회체계(대집단)의 중간에 있는 시기이며 이때 정체감이 발달한다. 정신적 발달이 신체적 발달 속도에 못 미치며 발생하는 공격성·반항성·우울감 등은 정상적인 발달과업이라고 생각해야 하며 이러한 태도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정체감, 나아가 자아의 정착은 자신의 일관적 모습을 통해 만들어지므로 자기탐색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게끔 도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에 전념하게끔 유도하고 여러 활동들을 고려할 때에는 적절한 제언이 필요하다.
- 교육이란 과연 무엇이며, 그리고 왜 교육을 마음의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하는가.
교육은 비단 취직이나 대학입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대학에 왜 가느냐?” 하는 질문을 물으면 십중팔구는 직업을 위해서라고 한다. 질문을 살짝 바꾸어 “대학은 무엇인가?” 라고 하면 ‘학교교육의 목적지’ 혹은 비슷한 답을 많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업을 갖기 이전에 내가 이 직업을 통해 내 스스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다들 당혹해한다.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직업은 있지만 인간의 성숙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교육은 인간의 ‘성숙’, 즉 인간성의 계발을 추구한다. 인간성(人間性), 즉 사람과 사람 사이(間)의 관계를 배운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인격과 개인적인 성격 사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어떤 싹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스스로 정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각 시기별로 자라는 아이들의 심리를 깊고 따듯하게 만져보며 ‘아이의 삶’을 만들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동적인 아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은 간단하다. 아이의 곁에 있는 사람이 능동적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 모든 아이는 충분한 능동성을 갖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교육을 통해 갈리는 것일 뿐이다.
지식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큰 요소지만 그것이 모두가 될 순 없다.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내가 아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느냐는 바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 자라느냐’보단 ‘잘 이기느냐’가 중점이 되고 그것이 당연한 질문의 구도가 되는 맹목적 무방비 사회는 아이들로 하여금 좋은 어른으로 자라나지 못하게 한다. 책을 외울 순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게끔 되는 것이다.
교육의 근본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람답게 자라나기 위해서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바로 ‘정의로운 삶에 대한 고려’가 가능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2021. 4. 9.
Ted
- 참고 문헌
1. 교육심리학. (2020). 전용오, 여태철, 황매향.
2. Childhood and society. (1950, 1968). Erikson, E. H.
3. 아동상담 이론과 실제. (2010). 김춘경.
4. 학교사회복지의 이론과 실제. (2010). 성민선 외 21인.
5. 좋은 수업을 위한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2018). 김광현.
6. 청소년의 행복을 위한 교육. (2017). Micheal J. Reiss, John White. (원제: An Aims- based Curriculum: The significance of human flourishing for schools).
7. 한국 교육의 시대적 요청. (2021). 신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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